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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팬픽] +해바라기

글쓴이: 칸타타타ㅇ  |  날짜: 2014-09-29 조회: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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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해바라기가 싫다
이기적인 꽃

항상 해만 바라보는 바보 같은 꽃
그 아래서 해바라기만을 바라보는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르는 무정한 꽃


난 그래서, 해바라기가 싫다.


준면의 작은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흑...읍...흐윽...

쏟아져 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틀어막으려 손을 입에 물었다.
하얗던 손이 점점 발갛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의 눈가 또한 발갛게 발갛게...

 


"형.."

준면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세훈이 아..또구나..라는 표정으로 준면을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 세훈아.."
"또 울었어요?"
"아..아냐!"
"...눈물이나 닦고 말해요"

준면은 급하게 뒤를 돌아 눈가를 훔쳐냈다.

세훈은 그런 준면을 안아줄 수도 그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줄 수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바라보는 일 뿐이였다.

 

눈가를 쓱쓱 닦아내고는 평소의 밝은 모습으로 웃음지어 보이며 오늘은 일찍 왔네? 라는 준면의 물음에
그냥..몸이 좀 안 좋아서요..라고 건조한 대답을 뱉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 때문에 울었는지, 그게 또 김종인 그 자식 때문인지..목구멍 끝까지 올라오는 질문들을 꾸욱- 집어삼키며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나 조금만 잘게요..하곤 제 침대로 풀석 누워버렸다.

많이 안 좋은거야? 약은 먹었어? 하며 자신을 걱정해오는 준면을 보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나보다 더 아픈 건, 당신이면서.. 누가 누굴 걱정 하는 건지...

계속해서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아, 말없이 획-하고 등을 돌려 누워버렸다.

"..아픈데, 계속 말 걸어서 미안"
"..."
"그래도, 많이 아프면 꼭 형한테 말해"
"..."

 

형도 아프잖아요
그렇게 많이 아파하고, 슬퍼하면서.. 왜 나한테 기대지 않는 건데요
그 자식..때문에 그만 아파하란 말이에요


머릿속으로는 수 없이 다음 대답을 해왔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분명.. 자신에게 미안해하며, 더 슬퍼할게 뻔하니까

 


준면은 돌아 누워있는 세훈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고는, 불을 끄고 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참 동안을 방 문 앞에 서서,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면이 나간 뒤, 몸을 다시 똑바로 돌아누웠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마른세수를 했다.
말없이 천장에 매달려있는 형광등을 바라보다보니 자꾸만, 준면의 붉어진 눈가가 떠올랐다.
종인을 바라보던 그 때의 준면의 얼굴이 겹쳐 보여 미칠 것 만 같았다.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세게 깨물고, 이불을 손 한가득 움켜쥐어 보았지만...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벽을 세게 내리쳤다.

쿵-


"하..."

 

쿵-

준면은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감아버렸다.


"...미안하다 세훈아"

 

***


찌는 듯 한 더운 날이였다.

사방이 거울로 꽉 막힌 연습실에서, 장정 10명이 뿜어내는 열기에 땀을 비 오듯 쏟아 내며 거친 숨을 내뱉고 이 와중에 에어컨은 고장이 나서,
선풍기 두 대에만 의존 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아아!!! 인간적으로 너무 더운거 아냐?"
"으으으..말 시키지마..대답 할 힘도 없어.."


더 이상은 못하겠다며 그 자리에 벌러덩 누워버린 백현의 뒤를 따라 너도나도 털썩털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지칠 대로 지친 건 세훈도 마찬가지였다.
흐르는 땀을 입고 있던 나시티를 쭈욱- 끌어당겨 대충 닦아버리고는 벽에 기대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준면이혀엉~ 이거 어떻게 좀 해봐요"

바닥에 누워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던 백현이, 바로 옆에 앉아 땀을 닦고 있던 준면의 바짓자락을 흔들며
어떻게 좀 해보라며 이대로는 데뷰도 하기 전에 열사병으로 죽겠다며 괜한 떼를 쓰기 시작했다.


"하하하- 알았어. 내가 실장님한테 얘기해볼께"

알겠다며, 백현의 엉덩이를 톡톡 쳐주고는 활짝 웃어 보이는 준면이였다.


"아.. 더워.."
"어? 종인아, 많이 더워?"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종인의 한마디에, 준면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좋아! 그럼, 오늘은 내가 아이스크림을 쏘도록 하지!"
"와아!!! 역시, 준면이형이라니까!!!"

다들 역시 준면이형은 다르다며 최고라며, 준면이 쏠 아이스크림 생각에 신들이 났지만 그를 지켜보던 세훈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오늘은이 아니잖아, 오늘은이..

항상 이런 식이였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는 그냥 웃으며 넘어가는 것도, 종인이하는 말에는 즉각 반응을 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세훈의 눈에는 마냥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남들은 둘이 연습생 생활을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오래했기 때문에 친해서 그런가했겠지만 그런 둘을 또 오랜 시간 지켜봐온 세훈은 알고 있었다.

준면이 종인을 좋아한다는 것쯤은...


신이 나 시끌시끌한 아이들의 사이에서 찬열이 두 손을 붕붕- 흔들며 시선을 주목시켰다.

"야야- 사오는건 누가해?"
"아~ 난 못가못가~"
"난 패스다- 저번에 내가 다녀왔잖아"

다들 오늘만은 심부름을 피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손사래를 치며, 딴청을 피웠다.


"...여럿이 갈 필요 있어?"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를 깨며 대자로 누워 있던 종인이 몸을 일으키며 입을 뗐다.
시선은 종인에게 모아졌다가, 자연스럽게 준면으로 향했다.

"하하하- 그래~ 어짜피 내가 계산해야하니까, 내가 다녀올께"

 

알고서 그러는 건지, 모르면서 그러는 건지...
당연하다는 듯 준면을 시켜먹는 종인이나, 뭐든 괜찮다는 듯 웃고 있는 준면이나 계속해서 세훈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던 세훈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다들 너무하네.."
"어?"
"사주는 것도 준면이형인데, 심부름까지 보내려구요?"
"아니.. 난 괜찮은데"
"형- 저랑 같이 가요"

세훈은 괜히 어색해진 분위기에 머쓱하게 웃고 있던 준면의 손목을 잡고 다녀오겠다며 연습실을 빠져나왔다.
지금 둘이 빠져나온 뒤의 연습실의 분위기 따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짜증이 났다.

그렇게 준면의 손목을 잡고 한참을 걸었다. 벌써, 연습실주변의 가까운 편의점은 두개나 지나친 후였고
준면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바닥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입만 오물거리며 세훈의 뒤를 따랐다.
한마디 말 없이 뚜벅뚜벅 앞서 걷기만 하던 세훈이 갑자기 자리에 멈춰서더니 뒤를 휙-하고 돌아봤다.
세훈의 보폭을 따라 걷다가, 깜짝 놀란 준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형.."
"어? 세훈아"
"형- 종인이형 좋아하죠?"

갑작스런 세훈의 물음에 얼굴이 화악-하고 붉게 달아올랐다.

"무..무슨 소리야, 난 너희들을 다 좋아해!! 하하하-"

또 나왔다.. 저 웃음.
준면이 어색하거나, 상황을 회피하려할 때 나오는 저 너털웃음.

종인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준면과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던 세훈은 지금 준면이 당황해서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것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세훈은 준면의 그런 모습에도 굴하지 않고 그의 두 눈만을 응시했다.

"좋아하죠?"
"하하하하하-"

준면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더 쥐어졌다.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왜 굳이 물었던걸까
준면에 입에서 종인을 좋아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을 리는 없는데
왜... 물었던걸까


"..."
"...티..났어?"
"응, 엄청"
"...종인이도 알까?"
"바보가 아닌 이상은..."


하하..역시..그렇겠지? 라며 뒷머리를 만지며 부끄러운 듯 웃어보였다.
준면의 얼굴은 정말 딱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은 얼굴이였다.
하얗고 빨갛고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여느 여자들보다 더 예뻐 보였다.

볼 뿐만 아니라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올라서는 눈꼬리를 반달로 휘어 웃고 있었다.
준면은 종인을 떠올리며 그렇게 예쁘게 웃고 있었다.

 

세훈은 준면을 보면 울컥울컥 짜증이 나는 이유를 처음엔 단순히 준면이 종인이에게 매일 휘둘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싫었던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였다.
자신도 준면을 좋아하고 있었다.
이 마음이 언제부터 시작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면은 종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해바라기같은 준면이였지만 좋아져버렸다.

 


"..형"
"어?"
"...하"
"세..훈아, 왜그래?"
"좋아해요"
"..어..어?"
"나도 좋아한다구요..김준면, 형 좋아한다구"


준면은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 멀뚱히 세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고백 같은 거 절대로 하지 않을거라 다짐했었다.
가슴은 누가 꾸욱 누르는 것처럼 답답했고 피가 머리끝으로 확 치솟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해버린 고백이였다.

 

"미안..."


그 말을 듣고, 세훈은 잡았던 준면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그 뒤로 또 다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준면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 편의점에 들러 사려던 아이스크림을 사고, 연습실로 들어갔다.

준면이나 세훈이나 다른 아이들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행동했다.


그렇게, 그 후로 일주일이 흘렀다.


***


"세훈아..저기..형한테 뭐 화난 거 있어?"
"아뇨"
"왜..나한테 몇 일 동안 말 한마디 안해.."
"그런 거 아니에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했지만 말처럼 쉽진 않았다.
다 알고 있던 사실이였지만, 확인사살.. 준면의 그 웃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자신의 고백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보다도 예쁜 그 모습이 그 웃음이 종인을 향한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끔 세훈의 기분을 어지럽혔다.

 

"잠깐 형이랑 얘기 좀 하자"
"알겠어요"
"그럼, 연습 끝나고 옥상에서 봐"
"네"


그날 이후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피하는 듯한 세훈의 행동 때문에 준면도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종인을 좋아한다는 것이, 그걸 아는 세훈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이..
나도 그렇지만 세훈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대로는 안 될 것만 같아 세훈을 따로 불러 어떻게든 얘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오전 연습이 끝난 뒤, 잠깐의 쉬는 시간이 생겼다.
벌러덩 누워 휴식을 취하는 아이도 있었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연습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 사이를 빠져 나와 세훈에게 슬쩍 눈길을 주자, 세훈이 알겠다며 먼저가라는 신호를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준면의 뒤를 따랐다.


옥상으로 올라가던 준면이 갑자기 자리에서 멈춰 섰고 그 시선은 한곳에 집중되었다.

시선의 끝엔 종인의 모습이, 그리고 그 품안엔 경수가 있었다.
종인은 꼬옥 안고 있던 경수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 눈을 마주친 뒤 키스를 했다.

준면은 그 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았다.

"......"
"형, 왜 그래요"

뒤늦게 도착한 세훈이 준면의 의아한 모습에 말을 걸었지만, 준면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한 곳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준면의 시선을 따라 바라본 곳엔 종인과 경수가 깊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종인과 눈이 마주친듯한 건 기분 탓 이였을까


준면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눈물이 맺혀 일렁이고 있었다.
이내 주루룩-하고 눈물이 준면의 하얀 얼굴을 덮었다.


"..흐흑...흡"

더 이상은 볼 수 없었던 준면은, 뒤도 안 돌아보고 계단을 뛰어 내려왔고 그걸 본 세훈도 종인과 경수를 매섭게 쳐다보고는 달려가는 준면의 뒤를 쫓았다.

"준면이형!!"
 


그렇게 달려 도달한 곳은 연습실 밑층에 있는 빈 지하실이였다.
밖으로 나가 우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었고, 평소 이곳을 찾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준면은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있었다.

"형..."
"흑..흐흑..좋아해..주길..바란적...없..었어..."
"준면이형..."
"세훈아..그런데..나...흡..흐윽...가슴이..너무 아파..흑"

너무 아프다며, 자신의 가슴팍을 쳐대는 준면의 손목을 낚아채듯 잡았다.
준면은 그대로 한쪽 손을 세훈에게 잡힌 채로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런 준면을 보는 세훈 또한 가슴이 아팠다.
가슴팍을 쥐어뜯고 싶은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만을 바라보는 것도 괴롭지만, 그 사람 때문에 아파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못 보겠어..흐읍..더 이상은...힘들어..."


사실은 준면도 알고 있었다. 불과 몇 일 전부터 종인과 경수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둘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고, 자신이 그 사이에 들어갈 수 있는 여지 따위는 없다는 것쯤은 준면도 느끼고 있었다.


"..형"
"흑...으흑.."
"나도 힘들어요"

끅끅거리며 울던 준면은, 겨우 고개를 들고 세훈을 힘겹게 바라봤다.
그래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씨!!!"

세훈이 자신의 머리를 마구 휘저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일어나요"
"흑.."

잡고 있던 팔목을 쭈욱- 끌어당겨 준면을 일으켜 세웠다.

"그만 울어요"
"흐윽...흑..세훈아.."
"아오!!!그 자식 진짜!!!"


준면이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을 해서는 그러지 말라며 세훈의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럼 그만 울어요, 형 우는 거 보면 김종인 죽여 버리고 싶어지니까"


그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날 준면은 몸이 안 좋다며 먼저 숙소로 들어갔고, 밤새 울었다.
같은 방을 쓰는 세훈에게 최대한 들키지 않으려 애써 참아내느라 끅끅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방안을 가득 채웠다.
세훈 또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아는 척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밤은 조용히 지나갔다.


***

- 3달 전

 


"뭐해요?"
"그냥 책 읽고 있었어"
"무슨 책인데요?"
"꽃말이랑 그 꽃에 관한 전설 같은 거 나와 있는 건데 보다보니 재밌네"

막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탈탈 털며 들어 온 세훈은 침대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준면의 옆에 같이 털썩 앉았다.
무슨 책을 그렇게 집중해서 보고 있길래 아랫입술이 쭈욱- 나와 있는지 궁금해져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바리기네요?"
"응- 너 해바라기 꽃말이 뭔지 알아?"
"모르죠"
"애모, 당신을 바라봅니다래"
"맨날 해만 보고 있어서 그런가?"
"비슷해, 하하하- 그리스 신화 중에서 태양신 아폴론 알지?"
"그건 알아요"
"그 아폴론을 사랑한 크리티라는 요정이 있었는데, 자신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는 아폴론을 그저 바라만 보다가 꽃이 되었는데.. 그게 해바라기래"
"그 요정 참 멍청하네요.. 꽃이 되기 전에 다른 남자나 찾아 볼 것이지"
"꽃이 되어서도 태양만을 바라보잖아, 그 정도로 사랑했던거겠지. 해바라기는 불쌍한 꽃이였어"
"결국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다가 그렇게 된거잖아요. 별로 안 불쌍한데"


우리 세훈이는 어린 나이에 벌써 감정이 매말랐구나? 하며 우는 시늉을 하는 준면을 툭- 가볍게 밀치고는 뒤집어쓰고 있던 수건으로 머리를 다시 털어내며 준면의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런 세훈을 보며 준면은 우리 세훈이 동심 좀 살아나게 동화책 몇 개 사줘야겠네~ 라며 크게 웃었다.

 

난 해바라기가 싫다
이기적인 꽃

항상 해만 바라보는 바보 같은 꽃
그 아래서 해바라기만을 바라보는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르는 무정한 꽃


난 그래서, 해바라기가 싫다.

 

종인만을 바라보는 준면도 싫고, 그런 준면만을 바라보는 나도 싫다.

불쌍한 해바라기 김준면
멍청한 해바라기 오세훈

 

쿵-


벽을 쳐보아도 손에 느껴지는 고통보다는 가슴의 답답함이 더 세훈을 힘들게 했다.
소화가 안 되어 속이 더부룩한 것 같았고,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한손에 꽉 쥐어 압박해오는 것만 같았다.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아랫입술만 잘근잘근 씹어 댄지 30분정도 흘렀을까, 좁은 방안이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견디지 못하고 나와 버렸다.

 

방문 옆엔 준면이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형- 여기서 뭐해요?"
"어?..아니 그냥"
"왜 이러고 앉아있어요. 이럴꺼면 방에 들어와 있지"
"아냐. 잠깐 앉아있었어"
"그럼, 쇼파에라도 앉아있던가..나 때문에 방에도 못 들어오고 이러고 있었어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준면이 일어나며 세훈을 보고 슬쩍 웃어보였다.


"아픈 건 괜찮아?"
"형..."
"응?"
"...아프지마요"
"무슨 소리야"
"...아프지 말아요. 슬퍼하지도 말아요"
"세훈아"
"한번...쯤은...뒤 돌아봐줘요"
"... ..."
"내가 대신할 수 는 없지만, 더 잘해줄 수 있어요. 아프게 안 할 자신도 있어요...그러니까...한번쯤은"

세훈은 준면을 당겨 품에 안았다.
준면도 이번만은 말없이 세훈에게 그대로 안겼다. 팔을 올려 허리를 감았다. 그리곤, 눈물로 촉촉해진 얼굴을 품에 묻었다.

준면의 등이 따듯하게 젖어왔다.
세훈의 가슴도 따듯하게 젖어왔다.

 

세훈아..

해바라기는 물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봐야 비로소 해바라기인거야...

형..

해를 바라봐야만 자랄 수 있는 건 다른 꽃들도 마찬가지에요
해를 못 봐 웃자란다해도 사랑으로 키워줄 수 있어요

그런 미운 해바라기라도 사랑해 줄꺼에요

난, 그렇게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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